면허취소 몰랐다면 무면허 아니다"



서울행정법원 판결
정기적성검사 미필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운전하다 단속됐다면 `무면허운전`일까. 법원은 `순수한 무면허운전`과는 다르다는 판결을 내렸다.

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(조해현 부장판사)는 제때 정기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운전면허가 취소됐으나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운전하다 단속에 걸린 이모 씨가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을 상대로 제기한 응시원서접수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24일 원고승소 판결한다고 밝혔다.

지난 1998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씨는 3년 전 정기적성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취소처분을 받았으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이 보낸 면허취소처분서가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돼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. 이씨는 지난 해 5월 춘천의 한 검문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통해서야 자신의 면허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고 5개월 후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 면허시험응시원서를 제출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.

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가 취소됐거나 면허효력이 정지된 자는 1년, 면허취소나 효력정지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된 자의 경우 2년간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. 과거 적성검사 미필로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의 경우 이 같은 규정에서 예외로 인정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삭제된 상태다.

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"원고와 같은 경우 응시자격 제한규정상 예외로 둔다는 조항이 개정 도로교통법에서 삭제됐다고 해도 과거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춰 `순수한 무면허운전`이 아니라 `운전면허 효력이 정기된 기간 중의 운전`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"고 밝혔다.

재판부는 또 "면허가 취소된 뒤 바로 원서를 접수했다면 시험을 볼 수 있었던 원고가 면허취소 사실을 모른 채 운전하다 적발됐다는 이유로 2년간 신규면허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"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.